00_성이 고씨라서 무슨 이름이든 호칭을 붙여놔도 약간씩은 재미있다. 고 박사, 고 대리(응?), 고길동 등. 예전에 대학에 다닐 때는 작가가 되면 필명을 뭘로 쓸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덧붙여 사인 연습까지 해가며 -_-;;; 아무튼 그때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고장'이었다. 뭐 밴드 이름을 '혼수상태' 같은 걸로 짓는 것과 비슷한 젊은이 특유의 치기 어린 작명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당시에는 꽤 진지했기에 고장의 도메인을 먼저 따려고 보니까, 정말 뭔가 고치는 기업에서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문득 뭘 필명으로 하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니까 '고서'면 어떨까. 오래된 책이 주는 묵직함,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텍스트. 캬, 좋지 아니한가? ㅋㅎㅎ. 암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01_자, 그럼 또 읽은 책들을 정리해볼까?
-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 제목처럼 참 다소 우울한 일본 소설. 일본문학 쪽에서도 순수문학 쪽과 장르 쪽의 성격을 둘 다 갖기란 어려운 걸로 아는데,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이 둘을 다 만족시켜서 평단과 독자 층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인데, 뻔한 그런 내용은 아니라 차암~ 다행이다. 좋은 내용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못 뜬 것 같아서 아쉬운 책. 끄응.
- 행복한 차세대 크리스천을 위한 7가지 습관 :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 책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 진화라는 말은 좀 그렇나? 흐흐. 아무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너무 성경과 멀지 않은 중간 노선을 선택해서, 근거 있는 습관의 목록을 만들어주는 책. 괜찮다.
- 왕국 1 : 유명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아마도 세 권 완결인 걸로 아는데, 세 권 합쳐도 한 권 분량도 안 나올 거 같은 걸 분권한 것이 괘씸해서... 2권부터는 사서 보지 않은 책.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몽환적 색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 스위트 스위트 배스룸 : 아, 어쩌다보니 일본 소설을 내가 많이 읽는구나. 정서적으로 맞아서 그런가? 이건, 솔직히 아주 가벼운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영화 시나리오 같다고 해야 할까. 어느 날 우리 집 욕실에 나타난 예쁜 귀신 이야기, 이거다. -_-;;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랄까?
- 뺑덕어미 자서전 : 표지도 엄청 후지고, 작가 이름도 죄송스럽게도 처음 듣는 분인데, 이 책 정말 재밌다! 국악소설;이라는 좀 희안한 타이틀을 달고 소개되긴 했지만, 뭐랄까 젊은이의 성장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통과 현대의 대비가, 주인공 여자의 삶을 관통하는데, 거기에 국악소설다운 해학이 있는 데다, 속도감도 꽤 있다. 읽다보면 작가의 탄탄한 문체가 느껴진다. 정말 이런 정도의 소설이라면 2차 콘텐츠로 가공되어도 또 볼 의향이 있는데 말이지.
- 오늘의 네코무라 씨 1 : 만화책.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가정부 역할이다.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는 아니고 다소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가진... 뭐랄까 성숙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릴 때 헤어진 도련님을 위해 필사적으로 돈을 모으는 애다. 그런데 만화책 치고는 너무 비싸;;
- 트리즈, 천재들의 생각패턴을 훔치다 : '트리즈'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소설 형식으로 소개한 책. 아, 뭐랄까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자체가 너무 허술해서 이래저래 잘 몰입이 되질 않는다. 극이 주는 긴장감도 전혀 없고, 문제 해결 방식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충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읽고도 썩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